맥베스 (한글판)
영국이 낳은 최고의 작가
르네상스 문학의 꽃을 피우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맥베스』가 『햄릿』에 이어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36권으로 출간되었다.
고전 비극에 대해 논한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비극적 주인공은 “양극단을 피하여 탁월하게 선량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불행이 사악함이나 타락에 기인하는 것도 아닌, 어떤 실수나 성격상의 결함(hamartia)에서 비롯되는” 인물이어야 한다. 또 셰익스피어 연구가 브래들리(A. C. Bradley)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죽음으로 이끄는 특별한 불행 내지 격변(convulsion)의 이야기”라고 정의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에도 이러한 비극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 영웅 비극(heroic tragedy)이자 숭고한 비극(high tragedy) 가운데 하나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비극에서 나타나는 주인공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선한 인간이 성격적 결함으로 악의 유혹을 받아 악을 행하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선한 인간이 우연히 악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경우이다. 『맥베스』는 전자에 해당된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서 가장 짧지만 모든 비극적 요소를 보여 주며, 플롯은 대부분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의 영국은 정치적‧사회적‧문화적으로 안정기에 들어갔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안정된 정치 능력을 보이고, 군사력 또한 유럽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문화 부흥 운동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셰익스피어는 문학적 천재성을 드러내 보이며 여러 작품에 집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선과 악 사이의 갈등
보편적 인간 본성에 대한 경고
주인공 맥베스는 스코틀랜드의 충성스럽고 우직한 장군이지만, 야망이 없고 우유부단하다. 그런 그가 앞으로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들의 예언을 듣고, 다혈질 욕심쟁이 부인과 역모를 일으켜 마침내 왕위에 앉게 되지만, 귀족들과 선왕의 왕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며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맥베스』에서 보이는 이러한 주인공의 특징은 관객들로 하여금 ‘연민의 정’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신분과 관계없이, 즉 귀족이어도, 왕이어도 인간의 본성은 선하며, 선과 악(욕망) 사이에서 갈등하고, 악을 행하여 야망을 이루며, 결국 죄책감 때문에 환각 증세나 몽유병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는 점은 그들도 결국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또한 선한 인물이라도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을 행했다면, 죽음으로써 질서를 바로잡는 데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윤리적 불만을 해소시켰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시간이 지나도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무대에서 공연되는 이유는 바로 ‘현대성’에 있다. 즉 인간의 보편적 감성이 변함없음을 셰익스피어는 알고 있었다. 흔하디흔한 문학의 소재인 권선징악을 해피엔딩이 아닌 비극적 결말로 이끄는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을 느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