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초귀신 / A Candle Ghost
어느 시골에서 개화기 시절에 신문명의 상징인 양초를 둘러싸고 벌어진, 우습고도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서울 다녀온 송서방이 나눠준 양초가 도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를 몰라 동네 사람들은 한바탕 소동을 벌입니다. 체면 때문에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지 못하고 엉뚱하게도 양초를, 말린 생선이라 단정짓고는 동네 사람들을 애먹인 글방선생의 위선이 웃음 속에 교훈을 느끼게 합니다.
동네 사람들의 순진무구함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일러스트레이터 강우현 선생님은 활달한 붓질과 강렬한 보색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붓·먹·화선지 등 한국적 재료와 컴퓨터그래픽이 어울려 줄거리의 재미를 한껏 살려줍니다. 시골사람들이 양초를 끓여 먹고 배앓이를 하는 장면은 마치 부글부글 끓는 뱃속을 묘사하듯이 슬로 모션과 같은 화면에 물감 통을 쏟아부은 것 같은 색처리를 했습니다.
멀티동화로 이 작품을 감상하는 맛도 특별합니다. 마을 사람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배경의 거친 듯한 붓터치와 다소 어지러운 듯한 색감이 화면상에서 조화를 이루어 동화 감상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송서방이 양초에 불을 붙이는 순간은 마치 어두운 방안에서 불빛이 서서히 퍼지는 장면처럼 실감납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구전동화인지라 내레이션을 통해 옛이야기를 감상하는 것 또한 감칠맛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