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세계와 통하다
“세계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변화한 섞임의 결과가 우리 역사다.”
교류의 흔적을 찾아가면
역사의 퍼즐이 맞춰진다
역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일본의 지진으로 우리의 삶이 영향을 받아 새로운 이슈가 생겨나고 그 결과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듯, 과거의 어느 시점에도 이러한 현상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국경도 명확하지 않던 시대에 역사가 우리가 살고 있는 영토 안에서 만들어진 기록이라 말하는 것은 단선적인 사고다. 이번에 출간된 《우리 역사, 세계와 통하다》는 ‘역사는 소통의 기록’이라는 관점으로 기획된 ‘KBS 역사스페셜’을 재구성해 독자들에게 마치 역사의 퍼즐을 맞추어가는 것 같은 재미와 흥미를 준다.
1장에서는 ‘섞임과 교류가 역사를 만든다’는 내용으로 신라 왕족이 된 흉노족, 금나라 황족의 성이 애신각라인 까닭 등 영토적 개념이 아닌 자유로운 왕래를 통해 이루어진 역사를 추적한다.
2장에서는 ‘동북아 문화의 용광로, 한반도’로 동인도회사에서 코리아 호를 건조하고, 동로마의 황금보검이 경주에서 발굴된 것 등을 조명하여 한반도에 다양한 문화가 들어와 미친 영향을 발굴하고 있다. 3장은 ‘패자의 또 다른 행보, 메신저가 되다’로 신라나 근기국 등 멸망한 국가들의 후예들이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여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 추적하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 역사 속에 숨어 있는 역동적인 모습들을 철저한 고증과 현지답사를 통해 생생하게 복원한 기록이다.
“역사는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기도 하고, 엄청난 이야기들로 가득 찬 스토리텔링의 보고이기도 하다. 공동체가 함께 공유해야 할 기억이기도 하고, 집단의 정체성을 공급해주는 원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웃들과의 교류의 기록도 한자리쯤은 차지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이민족들과의 대립과 투쟁이 아닌 이해와 소통의 사건이 왜 없었겠는가?”라고 말하는 역사스페셜 장영주 책임프로듀서의 말처럼 역사는 투쟁일 뿐 아니라 소통과 이해로 볼 수 있다. 이는 《우리 역사, 세계와 통하다》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자 했던 주제이자, 앞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시발점이다.
역사의 올바른 사용법은
소통을 통한 공존의 기술을 익히는 것
일본의 신(神)이 된 연오랑과 세오녀는 신라가 팽창할 시기에 복속된 사로국의 귀족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신라가 패망한 후 북쪽으로 가 새로운 신세계를 구축한 사람들, 동로마 양식의 황금보검이 신라에서 출토된 것도 모두 소통과 교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때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가지고 간 것은 비단 인적 자원뿐이 아니었다. 그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농기구와 생활양식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영향으로 전투에 말을 사용하지 않던 일본에서는 기마전투술이 보급되었고,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이예를 통해서는 조선술이 발달하였다. 또 북방 민족의 영향으로 강력한 왕권을 확립하고 국가의 체제를 정비했던 내물왕까지 우리 역사는 멀게는 사마르칸트부터, 가깝게는 일본까지 거리를 불문하고 교류하고 소통해왔다.
《우리 역사, 세계와 통하다》는 제대로 교류하고 소통했을 때 어떤 새로운 에너지가 생성되는지를 역사적으로 밝혀내고자 한다. 고여 있는 물이 썩기 마련이듯이 역사 또한 다양한 방향으로 흐르고 섞였을 때 비로소 새로움을 창출하여 풍성해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어떤 종족이나 집단도 모든 문화를 자체 생산할 수 없다. 어떤 공동체가 외부의 위협과 침략에 대응하는 과정이 역사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립과 투쟁만이 역사라고 단정하는 것 또한 역사에 대한 편협한 시각일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북공정’이나 일본이 쉼 없이 주장하고 있는 ‘독도’ 영유권 주장이 오늘날의 역사를 대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소통과 교류적 관점으로 역사를 보는 것은 역사 그 자체를 더 잘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사를 보다 올바로 사용하여 과거와 현재를 더 잘 살아가기 위함이다.
이 땅에 터를 닦은 다양한 사람들과
이 땅에서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하다
《우리 역사, 세계와 통하다》는 영토적 개념의 역사가 아닌 민족 이동으로 인해 교류하고 소통한 역사에 대해서 말한다. 이에 대해 신복룡 건국대 정치외교학 석좌교수는 “다민족 사회가 분쟁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이유는 다민족 혼혈인들이 자기만의 특수한 사회를 형성한 다음 분리주의를 요구하거나 기존에 존재했던 민족들이 그 분리를 주장하는 이민족들을 박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우리 사회는 이미 수많은 혼혈이 융화되어 있기 때문에 분리주의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은 “순수 단일민족은 없다”고 설명한다. 모든 민족은 다 혼혈이고 혼합이라는 것이다. 우리 역사는 다른 나라보다 오히려 더 개방적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피가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단일민족이란 혈통의 단일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정신적 요소에서의 단일화, 일체화와 동질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 역사 속으로 들어와 이 땅에 터전을 잡고 대대손손 이어온 사람들과 이 땅에서 나고 자랐지만 다른 나라에서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의 역사까지 포함해 그들이 어떻게 세계와 만났으며 어떻게 수용하는가를 발견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