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날려버리는 5분 철학 오프너
따라갈 것인가, 따라오게 할 것인가
우리는 각자의 신념에 따라 각기 다른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지만, 철학적으로는 그 자세를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일반적인 통념을 좇아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인정하며 살아가는 자세이고, 다른 하나는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사실조차도 의심하면서 모든 것을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자세이다.
사실, 오늘날 대세가 '긍정적 사고'에 있는 만큼,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는 얼핏 보기에 개인이나 그가 속한 조직과 사회에 유익하고 현명한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비록, 모순과 비합리성이 눈에 띄어도 그것을 문제 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해서 갈등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심리적으로도 안정될 수 있고, 또 조직이나 사회에서도 무리 없이 융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사람에게서 놀라운 창의력이나 혁신의 의지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 세상은 늘 침묵하는 다수보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소수가 이끌어 왔다. 그들은 비록 더디지만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왔다.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지구는 평평하고, 태양은 지구 주위를 돌며, 바람은 어느 동굴에서 잠자는 거대한 신이 내뿜는 숨이라고 여전히 믿으며 살고 있을 것이다. 아울러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고, 백인과 흑인은 각각 정문과 후문으로 출입해야 하며, 센 자가 약한 자를 잡아먹는 것이 당연한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치 병 속에 갇힌 탄산수처럼 부글부글 끓는 인간의 천재성과 창의성을 여전히 ‘고정관념’이라는 병마개가 단단히 틀어막고 있었을 것이다.
선택은 우리 앞에 놓였다. 고정관념에 안주하며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새롭고 창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세상이 우리를 따라오게 할 것인가.
네 가지 키워드, 분석, 도덕, 존재, 지혜
이 책의 저자 줄리아 드 퓌네스는 미모의 30대 여성 철학자이다. 60~70년대 프랑스의 전설적인 코미디 배우였던 할아버지 루이 드 퓌네스의 유머를 그대로 이어받았는지, 어려운 철학적 주제를 매우 재치 있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이 책에 소개된 40가지 고정관념을 뒤집어엎는 신선한 담론들은 성격상 네 가지로 구분된다. 1장에서는 주로 분석적으로, 2장에서는 도덕적으로, 3장에서는 존재론적으로, 4장에서는 지혜의 차원에서 고정관념에 접근하여 하나하나 그 허점을 파헤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두 눈으로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확실하다고 믿을 수 있을까? 이기주의자는 오로지 자기 이익만 챙기기에 남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일까? 일에 얽매인 사람은 일하지 않는 사람보다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무언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것을 이룰 수 있을까?… 물론, 이 젊은 철학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하나의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유명한 철학적 명제들을 동원하여 시원하게 설명한다.
21세기 한국인에게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기원전 고대 로마의 유적에서 발견된 라틴어 문구,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nil novi sub sole)라는 명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이다. 그럼에도, 인간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안하고 발견하고 발명해 온 저력은 바로 새롭지 않은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능력에서 나왔다.
우리는 IT와 전자산업, 영상연예 산업과 스포츠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늘 부족한 능력이 바로 창의력이다. 이것은 지난 세기의 완고한 유교적 세계관과 정치적 이념이 강화된 주입식 교육 때문에 명철한 비판의식을 상실한 탓이 아닐까?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가 아직도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것은, 그리고 때로 그런 상황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각자에게 깊이 뿌리내린 고정관념 탓이 아닐까? 이제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길러야 할 힘은 그동안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사고하는 능력이다. 창의력은 비판능력에서 나온다. 창의력과 비판능력을 기르려면 우선 이 철학 오프너로 고정관념부터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