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기생충 열전
네이버캐스트 최고 인기 연재 기획물
착한 기생충, 나쁜 기생충, 이상한 기생충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 하지만 그들도 양심은 있다!
우리 몸속에 들어와 살 수 있는 기생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 기생충 중 한 마리만 있어도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는 나쁜 기생충은 어떤 녀석이고, 몇 마리쯤 있어도 별 상관없는 기생충은 뭘까? 피해를 주면 줬지 써먹을 데는 없을 것 같진 하지만, 혹시 우리에게 이로움을 주는 기생충도 있긴 할까? 기생충은 먹을 것만 조심하면 감염되지 않는 걸까?
저 질문들에 대한 답이 여기 있다. 이 책은 사람에게 감염되어 병을 일으키는 기생충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면서 기생충이 어떻게 태어나 자라고, 어디로 이동하며, 어떤 경로로 감염되고, 어떤 증상을 일으키며, 감염 여부는 어떻게 알아내는지, 치료 방법은 뭔지 등을 재미있게 알려 준다. 일반적인 기생충들은 자신이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라도 숙주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려 한다. 그런데 모든 기생충이 얌전하고 착한 건 아니다. 자신이 앞으로 계속 살아갈 숙주 즉 종숙주가 아닌, 잠깐 지나가는 과정일 뿐인 중간숙주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도 한다. 무서운 건, 우리가 모든 기생충들에게 종숙주는 아니란 거다. 사람이 중간숙주인 말라리아, 톡소포자충, 스파르가눔, 림프사상충 등은 우리가 조심해야 할 '나쁜 기생충'이다. 새끼를 낳을 때가 되면 다리 쪽으로 이동해 뜨겁고 아픈 수포를 만들어 물로 뛰어들게 해서 피부를 뚫고 나와 자손 번식의 업을 달성하는 무서운 기생충도 있고, 한쪽 다리나 한쪽 고환만 엄청 커지게 만들고 치료를 해도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아 성형외과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고약한 기생충도 있다. 위험 기생충은 주로 뱀이나 개구리 같은 정력 식품을 통해 감염되고, 일반 기생충들도 회나 생간 등 익히지 않은 음식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음식만 조심하면 기생충에 감염될 염려는 별로 없다. 하지만 감비아파동편모충이나 림프사상충처럼 악명 높은 기생충이 주로 모기를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정말 운 나쁘면 걸리게 된다. 다행한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기생충에 감염될 염려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될 것이, 박멸됐다고 여겨졌으며 모기가 감염원인 대표적인 기생충인 말라리아가 최전방에 있던 군인들부터 감염되기 시작해 지금은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해마다 1천 명 이상씩 발생하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기생충 감염률을 높이는 요충도 꽤나 골칫거리다. 요충은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아이들에게 특히 감염률이 높아 더 신경 쓰이는데, 이 녀석은 아이가 주는 과자나 맞잡은 손 때문에 식구나 같은 반 친구들이 대량 감염되고 재감염률 또한 높으며, 감염자의 손길이 닿는 곳곳이 감염원이 되어 집단 치료뿐 아니라 증기 청소나 이불 소독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감염자를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비열하지만 탐욕스럽지 않은 기생충 기생충을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이렇다. 기생충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지 않고 숙주에게 빌붙어 살지만, 먹을 것이 넘치는 비만 숙주 안에 살더라도 늘 필요한 만큼만 섭취하기에 날씬한 몸매를 유지한다. 즉 욕심이 없기에 비만 기생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되도록 얌전히 폐 안 끼치고 지내려 노력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기생충도 있다. 편충, 그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돼지편충이 바로 그 '착한 기생충'이다. 알레르기나 크론씨 병에 약 대신 얌전하게 두세 달 정도만 살다가 빠져 나가는 돼지편충을 감염시켜 치료하는 방법이 도입돼 병이 호전된 환자들이 많고, 주혈흡충의 알을 이용해 당뇨병을 막는 실험이 성공하기도 했다. 이는 기생충이 기생이 아닌 공생을 할 수도 있다는 밝은 소식이다. 착한 기생충은 그래서 중요한 존재라 하겠다. 그리고 기생충의 또 다른 역할을 소개하자면 고기생충학이라고 불리는 분야의 기생충 알이 하는 일로, 회충 알이나 편충 알 등 미라나 아이스맨 안에 들어 있던 기생충 알(기생충은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기생충 알은 대부분의 미라에서 발견된다)을 연구해 잘못 추측했던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이 그것이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기생충이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 기생충들의 특이한 생존기
기생충 중에는 쓸데없이 어렵게 인체탐험을 하며 돌아다니다 죽는 경우도 많다. 십이지장에서 알껍데기를 뚫고 나왔으니 앞으로 살 곳인, 자기가 태어난 곳보다 조금 아래에 있는 공장으로 내려가 그곳에 자리를 잡으면 되는데 굳이 심장과 폐를 거쳐 기도 끝에 도달해 식도로 뛰어 드는 '이상한 기생충' 회충이 바로 그런 류이다. 기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어서 여기서 탈락하는 경우도 많고 위쪽으로 계속 올라가다가 엉뚱하게 사람 입으로 나와 숙주를 기겁하게 만들고 자기도 놀라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식도로 잘 내려가 공장에 자리를 잡기도 하지만 살짝만 내려가면 될 일을 왜 빙빙 돌고 죽을 고비를 넘기는지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한 기생충들에 얽힌 신비하고 독특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가는 이 책은 100명 중 2.6명 ~ 3명이 감염된 결코 낮지 않은 현재의 감염률(감염자 150만 명이 넘는)로 보거나 회나 정력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식문화를 볼 때 꼭 필요한 교양서이다.
네티즌 찬사(네이버캐스트 연재에 달린 댓글)
교수님이 쓰신 네이버캐스트 글들 모두 읽어 보았습니다. 정말 미.친.필.력이네요. 징글징글하고 요상한 꽈배기 같은 생물들을의 글을 이렇게 재밌고 흡입력 있게 쓰시다니……. 좋은 정보도 알아 가고 동시에 웃고 가네요. - 시후
천편일률적이고 무미건조하고 가끔은 사전을 읊는 듯한 성의 없는 다른 캐스트보다 서 교수님 글은 정말 살아 있습니다. 앞으로 서 교수님 팬이 될 1인 - 리브스
서민 교수님 팬입니다!! 너무너무 재미있게 글을 잘 쓰시는 것 같아요. 공학도이지만 생물은 쥐약이었는데 교수님 글은 이해가 잘 돼요. - 바람이꾸는꿈
역시 서민적인 서민 교수님! 네이버캐스트에 기생충 얘기만 나오면 클릭하게 되네요.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 범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