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안 되는 머리는 없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새로운 수학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2013년 7월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 99%가 수학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수학이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에게까지 최대의 화두이자 녹록치 않은 난제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수학 학습 정보들은 홍수를 이룰 정도이고, 많은 수학전문가들이 앞다투어 출간한 수학 관련 비법서적 또한 강물처럼 넘쳐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속시원하게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
KAIST 수학박사 박왕근은 이 책에서 아이들을 위한 느린 교육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에게 수학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학부모에게 지금껏 알고 있던 낡은 것에 집착하지 말라며 모든 것을 폐기처분하라고 촉구한다. 그는 수학이 안 되는 것은 머리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즉 타고난 학생만 잘 한다는 유전적 결정론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자기주도학습을 통하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기 있는 인터넷 강사나 친절한 교사가 내비게이션 식으로 가르쳐주는 수업에 익숙해지다 보면 정작 수학의 본질을 깨닫기도 전에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이 얻은 코칭 시스템과 서울교육대학, 연세대학 등에서 스토리텔링 수학지도사를 양성하며 터득한 노하우들을 이 책에서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사고하는 LST(Long-term Slow Thinking) 공부법’을 통해 수학적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비법을 진솔하면서도 담백하게 제시하고 있다.
수학의 고수가 되는 비법은 있다
과연 수학은 지능으로 결정되는 타고난 능력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학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고, 학부모와 교사는 그 불안증을 유발시키고 확대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불안감은 매우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서 수학을 잘하면 잘해서 불안하고, 못하면 못해서 불안하다. 학생들은 수학의 고수가 되기 위해 무림의 무사들처럼 비법을 구하고자 혈안이 되어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도 묻고 있듯이 수학의 고수가 되는 비법은 존재할까? 저자의 결론은 이미 학생들 내면에 잠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찾아내려면 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결코 누구 하나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뿌리부터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우선 수학은 타고난 아이들만 잘한다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단번에 수학의 고수가 되는 길을 안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길로 접어드는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것만으로도 수학의 고수가 될 수 있는 첫걸음은 시작된 것이다.
수학은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박왕근 식 교육의 강점은 ‘티칭(teaching)’이 아니라 ‘코칭(coaching)’이다. 그의 교육철학은 ‘수학의 본질로 돌아가자’로, 수학의 본질은 스스로 사고하는 과정에 몰입하면서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그가 오랜 산통을 겪으면서 깨달은 수학 코칭의 기본은 어떤 아이든 잠재적으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과 욕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사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교사도 학부모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나 학부모는 이미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일깨워주고 스스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해주면 된다. 그런데 교사는 무조건 가르쳐줘야 안심이 되고, 학생은 배워야만 안심이 된다. 그리고 학부모는 친절한 과외교사를 구해야 안심이 된다. 하지만 수학은 아무리 잘 가르치고 잘 배워봤자 본질적인 변화나 실력 향상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뻔한 실패라는 악순환만 계속될 뿐이다. 가르쳐줘야 수학을 잘할 거라는 믿음, 배워야만 수학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이 믿음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수학 공부의 출발이다. 더 많이 가르치기만 하는 것은 더 많이 사고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고, 더 많이 배우기만 하는 것은 스스로 사고할 길을 틀어막는 것과 다름없다. 가르치기를 포기하고, 배우기를 포기해야 진정으로 수학에 눈뜰 수 있다. 따라서 수학은 티칭이 아니라 코칭인 것이다.
수학적 사고력이 학습을 좌우한다
미국의 직업명칭사전은 수학 수준별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코드화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제 수학은 단지 어떤 분야를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기 위해 당연히 언어를 제대로 구사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학 역시 필수적인 교양이 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수학은 단지 과학이라는 분야에 한정된 언어가 아니라 모든 학문을 이어주는 소통의 언어이자 세상의 언어이다. 수학은 단순히 수학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수학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하고 지금도 계속 바뀌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수학 교육은 ‘생각하라!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다’는 유대인들의 방식과 달리 ‘생각하라! 그러나 바로 지금 끝내라’는 식이다. 이것은 모순적일 뿐 아니라 아이들의 사고 속도를 고려하지 않는 폭력에 가깝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러한 공교육과 사교육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아이들의 욕구는 철저하게 무시되고 학부모들의 욕구에 맞춰진 교육적 폐해들을 비난하고 있다. 사실 교육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행복을 누리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다. 저자는 이를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사고하는 LST 공부법’으로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도록 제안하고 있다.
머리에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몰입할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들이 이 책 여기저기에 배어 있다. 케임브리지대학 수학과에 입학한 평범한 한 여학생의 말에서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답도 틀린 개수도 알려주지 않는, 틀린 문제를 스스로 찾아야 통과하는 이상하고 특이한 교육에 찝찝하고 속상했는데, 언젠가부터 내가 다른 친구의 문제를 풀어주고 있었다. 심지어 학교수업에서 선생님의 문제풀이가 듣기 싫을 정도였다. 그리고는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문제를 푸는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창의력과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라는 알게 되었다.” 이 학생의 말처럼 수학은 창의력과 사고력 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자 언어이다. 그럼에도 우리 현실은 수학을 통한 고차원적 사고력 훈련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 때문에도 초중고 시절의 수학 몰입 경험은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과정이다. 아이들은 그 과정을 통해 수학적 사고력이 향상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수학적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명징하게 정리하면서 특별부록으로 시행착오와 난관에 부딪히며 천천히 끈질기게 풀 수 있는 문제들을 수록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가 개설해 3만여 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수학이 안 되는 머리는 없다’의 네이버 카페 수안머(http://cafe.naver.com/ideamate)에서도 그간의 결과물이나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