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와 프리즘
1998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중견 작가이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로 신화 열풍을 불러 일으킨 이윤기의 에세이다. 개정판으로 나오면서 양장본으로 새롭게 선을 보이고 있다. 저자는 역사적 인간과 신화에서 소재를 취한 52편의 에세이를「내가 사랑하는 인간들」,「신화는 힘이 세다」,「청년들에게 고함」등 3부로 묶였다.
특히 눈 여겨 볼 대목은 저자가 바라본 21세기 문학의 운명에 대한 견해이다. 저자는 문학이 인문학에 사유의 원자재를 공급하던 행복한 시대를 꿈꾼다. 21세기 문학의 운명을 비관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문학이 다양한 매체들에 안방자리를 내줬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렇게 반문한다. 프리즘이 생겨도 무지개는 여전히 아름답지 않은가.
그리스 신화에 대한 지은이의 해박한 지식이 넘치는 2부도 흥미롭다. 그리스인은 본디 인도에서 건너간 펠라기스인이었기 때문에 산스크리트어를 동원하지 않으면 그리스어의 고유명사는 대부분 해석할 수 없다는 에드워드 포코크의 학설 등이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고대 현인들과 신화로부터 현재의 인간, 혹은 인간관계를 읽어내는 지혜, 그리고 문학에 대한 지적성찰이 한층 빛나는 우리 시대 이야기꾼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