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인의 여행에는 멸치잡이배의 멸치들이 은회색으로 팔딱거리고, 갈매기들이 날아오르고, 저녁 노을이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방파제 끝의 등대가 따사롭게 켜진다. 또 그의 여행은 히치하이크하는 젊은이들이 동행하기도 하고, 개펄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가 섞이기도 하며, 주인만큼이나 순한 팥죽이 가득 채워지기도 한다.
중간 중간 밀려오는 추억 역시 그의 여행에 깊이를 더한다. 시인은 남편이 짓이긴 입술 상처를 가지고 있던 진도 소리꾼 조공례 할머니를 떠올리고, 하룻밤 먹여주고 재워줬던 한 할머니가 깔아준 이불 위에서 슬픈 일이 없는데도 흘렸던 눈물을 회상한다. 육자배기 가락은 물론이고 곽재구 시인이 고른 아름다운 시들을 듣는 것도 이 여행의 또 다른 묘미이다.
저자가 찾아간 작은 포구 마을은 화진, 선유도, 동화, 지세포, 어청도, 산천포, 정자항, 구만리, 인지리, 남동리, 순천만, 화포, 거차, 향일암, 회진, 왕포, 구시포, 사계포, 우도, 조천, 지심도, 장항, 상족포구, 어란포구 등이다.
목차
섬에서 보낸 엽서 - 작가의 말
1...
겨울꽃지고 봄꽃 찬란히 피어라 - 화전 가는 길
소라고둥 곁에서 시를 쓰다 - 선유도 기행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네 - 동화와 지세포를 찾아서
하늘 먼 곳, 푸른빛의 별들이 꿈처럼 빛나고 - 어청도에서
아, 모두를 따사로이 가난하니 - 삼천포 가는 길
그곳에 이상한 힘이 있었다 - 동해바다 정자항에서
대보등대 불빛 속에 쓴 편지 - 아름다운 포구 구만리
산도, 이 산도 쉬어 가고 - 진도 인지리에서 남동리 포구로 가는 길
2...
묵언의 바다 - 순천만에서
화포에서 만난 눈빛 맑은 사람들
거차에서 꾸는 꿈
모든 절망한 것들이 천천히 날아오를 때 - 향일암에서 나무새의 꿈을 만나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팥죽집 가는 길
바람과 용, 그리고 해산토굴 주인을 위하여
개펄이 만든 지평선이 보이네 - 변산반도 국립공원 왕포
천천히, 파도를 밟으며, 아주 천천히…… - 전북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
3...
집어등을 켠 만휴의 바다 - 남제주군 대정읍 사계포
바다로 가는 따뜻한 바람처럼 - 우도로 가는 길
신비한 하늘의 아침 - 조천
저 너머 강둑으로 가고 싶어요 - 바람아래 해수욕장을 찾아서
동백숲 속에 숨은 선경 - 지심도로 가는 길
춘장대에서 교코를 읽다
헤어지기 싫은 연인들의 항구 - 충남 서천군 장항
봄비 속에서 춤추는 공룡들의 발자국을 보다 - 경남 고성군 상족포구
갯바람 속에 스민 삶에 대한 그리움 - 해남 송지 어란포구
바다와의 만남 - 곽재구 시인의 포구기행 / 최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