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뒷골목 풍경
역사의 주류로부터 소외된 비주류의 역사를 간추려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그동안 애써 챙기기도 그렇고 그냥 버리기도 아까워 구석에 던져두었던 잡문들을 모아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왕조의 건국과 몰락, 정치 현장에서의 암투 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존의 역사서와 확연히 구별되는 이 책은 오히려 실제 역사에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
민중의들의 활약상을 통해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도적떼의 출현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뿌리 깊은 부조리를, 도박의 성행에서 우연과 불확실성이 똬리를 틀고 있는 세상사를, 타락한 과거장의 모습에서 고시열풍에 휩싸인 일그러진 우리의 모습을 읽어내는 저자의 시선은 과거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하찮은 주제에 대한 시시한 잡문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민족이라는 거대 담론에 가려진 상놈 말똥이, 종놈 소똥이, 여성 말똥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했다는 저자의 주장이 자못 의미심장하다.
조선시대의 개인 문집을 비롯하여 「백범일지」「조선왕조실록」「황성신문」 등 광범위한 자료를 읽고 해석하는 저자의 자세는 흡사 탐정이나 추리소설가와 같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가치 있는 저작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은 해석을 보태고 살을 붙여 풍부한 이야기로 완성시킨 저자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이미 2001년,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강명관 교수의 두 번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