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자전거 여행」을 통해 전국의 산천을 주유하면서 만난 풍경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 김 훈. 이 책은 그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마주쳤던 ‘개’들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펴낸 소설이다.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개발바닥의 새카만 굳은살, 그 안에서 제 몸의 무게를 이끌고 세상을 돌아다닌 만큼의 고통과 기쁨과 꿈이 축적되어 있는 것을 엿본 작가는 사람과 함께 한 개들에게서 고달픈 인간사를 읽어내고 있다.
태어나 보니 개였고, 진돗개 수놈이었다는 강아지 보리. 어미의 젖꼭지에서 났던 비릿한 향내를 간직하고 있는 보리는 젖을 빨면서 어미의 슬픔까지 빨아들였다. 다섯 마리 새끼를 낳았지만 그 중 한 마리를 저세상으로 보내야 했던 어미는 제 새끼의 고통을 보다 못해 집어 삼키고 말았다. 그 뒤 주인 할아버지로부터 죽도록 맞고 또 맞았지만 자식을 삼킨 어미의 마음을 그 누가 알랴. 강아지 보리가 어미의 슬픔을 함께 느꼈던 것도 잠시, 보리는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세상 밖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