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을 이기는 설명의 힘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세계 최고의 설명 컨설턴트가 공개하는
상대의 뇌에 꽂히는 설명의 기술
누구나 설명을 한다. 엄마는 아이에게 편식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 방법을, 직장인은 상사에게 기획 아이디어를, 기업가는 투자자에게 프로젝트의 전망을 설명한다. 일상에서 누구나 설명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명 방법을 따로 배우고 익히려 하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일민족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동질감이 강하고 ‘상대방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겠지’라는 착각에 자주 빠진다. 지나가다가 길을 묻는 사람에게도 대충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로 조금만 가면 보인다”고 하고, 택시 기사가 가는 곳을 물어도 “저기쯤에서 돌면 앞쪽에 있는 건물이다”라는 식으로 말한다. ‘저기’, ‘조금’, ‘앞쪽’은 도대체 어디를 말하는 걸까? 아마도 상대방이 이해할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이런 설명을 하는 것이겠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답답해 미칠 노릇이 아니겠는가? 좋은 설명이란 “너와 나는 다르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설명 컨설팅’이라는 분야를 만든 커먼크래프트의 창업자 리 레피버 역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아날로그 그림을 오려 붙이고 음성 내레이션을 녹음하여 트위터, RSS, 소셜미디어, 피싱 사기 등의 최신 이슈들을 명료하게 설명한 동영상을 제작하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2007년 창립한 커먼크래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트위터, 레고 등 유수 기업들의 서비스를 설명하면서 순식간에 세계적인 설명 컨설팅 회사로 발돋움했다. 리 레피버는 자신이 성공한 것은 ‘제대로 설명하는 기술’ 덕분이었다면서 설명을 효과적으로 잘하는 방법을 정리하여 《설득을 이기는 설명의 힘(원제: The Art of Explanation)》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 아이디어에 대해서 상대방을 잘 이해시킬 수 있는지 비결을 공개한다.
1부 ‘계획하기’는 설명하기 전에 전략을 짜는 과정이다. 여기서는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소개하고 그 원인을 파악한다. 또 ‘설명 단계 저울(Explanation Scale)’ 모델을 활용해서 청중의 이해 수준에 따른 설명의 문제 해결법을 소개한다. 2부 ‘아이디어 묶기’는 설명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설명을 만드는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여기서는 맥락, 스토리, 연결 고리, 서술, 제약 등 아이디어를 포장할 방법에 대해서 살펴본다. 특히 청중의 입장에 맞춰 복잡한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구체적인 전략과 사례들이 마련돼 있다. 3부 ‘프레젠테이션하기’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성공적으로 설명하는 실전 과정을 소개한다. 설명은 자기 혼자의 만족이 아닌, 좋은 아이디어를 타인이나 조직과 함께 나누기 위해 훈련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앞에서 배운 설명의 기술이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우리의 커리어를 쌓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실제 사례들이 나오면서 설명의 가치를 한 번 더 되새겨준다.
한편, 이 책의 전반에 걸쳐 커먼크래프트 설명 동영상의 QR코드와 URL이 공개돼 있어 스마트폰이나 PC로 편리하게 볼 수 있다. 반갑게도, 한국어 자막까지 마련돼 있다고 하니 제대로 된 설명의 진수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이해하지 못해 답답하다고? 문제는 당신의 설명이다!
“내가 설명하면 왜 상대방은 늘 고개를 갸우뚱하지?”, “실컷 설명했는데 왜 아무런 질문이 없을까?”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미련해서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답해할 뿐, 자신의 설명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간혹 설명을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을 보면 그가 특별한 능력을 타고난 것이라고 여기면서, 자기도 설명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림, 운동과 마찬가지로 설명 역시도 갈고닦으면 훨씬 더 잘해낼 수 있다.
《설득을 이기는 설명의 힘》에서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좋은 아이디어가 상대방에게 이해되지 못하고 사장(死藏)되는 것을 ‘설명의 문제’라고 부른다. 이런 설명의 문제는 가정, 학교, 직장 등 일상에서 흔히 발생한다. 이 책에서는 설명의 문제가 발생하는 다양한 원인을 분석한다.
설명의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흔한 것으로는 상대방의 이해도나 지식수준을 잘못 추정하기 때문이다. 상대방도 나만큼 알고 있을 거라는 추정이 설명을 실패하게 만든다. 또한 청중이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용어나 고급어휘로 설명하거나, 설명자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설명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상대를 이해시키기보다 자기의 지식을 드러내는 데 치우치는 경우나 전후 맥락 없이 설명하는 경우에도 설명은 실패하고 만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여 각각에 맞는 해결책을 고안했다.
설명 단계 저울(Explanation Scale)
특히 이 책에 소개된 ‘설명 단계 저울’ 모델은 설명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초도구이다. 이 모델은 자신이 설명하려는 아이디어에 대한 청중의 사전 이해도에 따라서 효과적인 설명 방법을 알려준다. 이 모델에서 맨 왼쪽인 A 지점에 가까울수록 상대방의 이해도는 낮고, 반대로 오른쪽인 Z 지점에 가까울수록 정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저자는 낮은 이해도일수록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what)인지’와 ‘이를 어떻게(how) 활용하는지’를 설명하기보다는 ‘이것이 왜(why) 의미 있는지’를 먼저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가령,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한다고 해보자. 이때는 청중들이 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따라서 ‘RSS’, ‘서버’ 등의 어려운 용어로 이 사업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기보다는, 현재의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맥락’이나 ‘스토리’를 통해 이 사업이 왜 필요한지를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반면에 당장 타이어를 갈아 끼워야 하는 사람에게 타이어 교체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이때 청중은 차나 타이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높은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가하게 ‘왜 타이어를 갈아 끼워야 하는지’, ‘타이어를 제대로 갈아 끼우지 못해 낭패를 본 사례’를 이야기하기보다는 타이어 교체 매뉴얼을 ‘서술(묘사)’해주는 것이 훨씬 더 주목도가 있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라서 사람들의 이해도가 낮은 편이긴 하지만, 이와 익숙한 것을 이미 청중들이 잘 알고 있는 경우라면 어떨까? 이때는 ‘연결 고리’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에이리언>는 ‘우주의 조스’라는 명쾌한 콘셉트 덕분에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조스>라는 이미 익숙한 작품과 신선한 연결 고리를 만든 덕분에 성공한 사례다.
성급한 설득보다 명쾌한 설명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인다
사람들은 흔히 성과를 내거나 협상에서 이기기 위해서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의 심리를 분석하고 화려한 화술을 통해 상대를 유혹하는 법을 배워왔다. 그러나 《설득을 이기는 설명의 힘》은 성급한 설득보다 명쾌한 설명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얘기한다. 제대로 된 설명은 남을 더 잘 이해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대의 마음에 확신을 준다. 이는 굳이 빈약한 논거를 가지고 번지르르한 유혹으로 상대를 속이는 행위가 아닌, 상대의 진심까지 움직이게 하는 정직한 기술이다. 설명을 잘한다면 상사로부터 자신의 일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고, 투자자로부터 신규 프로젝트의 투자를 얻어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원하고자 하는 바를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설명이다.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득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여 정작 중요한 핵심이 무엇인지를 간과해왔다. 효율적이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내가 원하는 만큼 상대방 역시도 그것을 원할 것이다. 단, 그 아이디어가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지 상대방도 이해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세계 최고의 설명 전문가인 커먼크래프트의 비밀은 얄팍한 유혹이나 과장이 없이도 우리의 빛나는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아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게 해줄 것이다. 자, 아마추어처럼 성급하게 설득부터 하려고 할 것인가, 아니면 프로답게 탁월한 설명으로 성과를 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