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진상 고객을 물리쳐라!
고객 상담원이라면, 민원 담당자라면,
무엇보다 감정 노동자라면
누구나 옆에 두고 참고해야 할
‘진상 고객 대응 교과서’
진상 고객의 갑질에 감정노동자는 아프다
‘땅콩 회항’ 이후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진상 고객과 그에 대응해야 하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내세우며 욕설, 고함은 물론이고 때로는 성희롱과 폭행까지 일삼는 진상 고객들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진상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이 우울감을 느끼는 확률은 다른 노동자들보다 3배나 높다고 한다. 자신의 실제 감정을 억누르며 진상 고객을 상대하는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과다한 스트레스는 불면증, 만성 피로, 소화불량, 가슴 두근거림 등의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취업자 중 약 550만 명이 감정노동을 하고 있으며, 그중 38%는 중증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근 진상 고객의 무리한 횡포가 여러 번 언론에 알려지면서 감정노동자에 관련한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감정노동자들이 받는 어려움을 해결할 사회적, 법적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에 발의된 채 묶여 있으며, 기업들은 ‘고객은 왕이다’이라는 캐치프레이즈 뒤에 숨어 감정노동자들을 방치한다.
진상 고객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나마 몇몇 기업들이 감정노동자를 위한 기업 차원의 대응책을 시행하고 있다. 무조건 진상 고객에게 끌려다니다 보면 직원의 사기가 떨어지고, 오히려 우량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마저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한국전력은 불량 고객을 상대하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상담 중 폭언이나 성희롱이 발생하면 자제 요청을 한 후 두 차례에 걸쳐 법적 조치에 관한 경고를 하도록 했다. 이후 해당 고객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별도로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변호사 검토를 거쳐 법적 조치를 한다고 한다.
현대카드는 고객 응대를 중단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성희롱을 하거나 욕을 하는 고객에게 먼저 감정 자제를 요청한다. 그래도 고객 횡포가 이어지면 2차로 발언을 계속하면 상담이 중단된다고 고지한다. 최종적으로는 ARS로 전환해 전담팀이 연락 줄 것이라 안내하고 전화를 끊는다.
이처럼 기업들이 감정노동에 관한 문제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우면 좋겠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행하는 기업들은 아주 적다. 또한 작은 매장을 운영하는 서민이나 아르바이트생, 대민 접촉이 많은 공무원 등은 아직도 진상 고객 앞에서 자신의 실제 감정을 속여 가며 거짓 웃음을 지어야 한다.
고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기업 차원의 대응책이 없는 감정노동자들은 진상 고객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여기 《고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책이 있다. 진상 고객들의 무리한 클레임에 대처하는 기술을 실례를 들어 가며 알려 주는 책이다.
지금은 ‘악마’라 불러도 될 정도의 진상 고객들이 여기저기에서 출몰하고 있다. 그들과 맞붙어 싸우려면 잔재주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아무리 상세한 매뉴얼을 만들더라도 진상 고객이 예상한 패턴대로 행동할 리도 없고, 대응 방법의 ‘정답’을 찾아낼 수도 없다.
저자는 고객 불만에 대응하려면 정해진 매뉴얼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담당자가 입을 심리적 상처를 줄이고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그때그때의 상황에 적절히 대응해 나가는 것이다. 악성 불만을 제기하는 진상 고객을 상대하는 동안에는 침착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물론 불만에 대처하는 현장에서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고객 불만 대응의 ‘순서’와 ‘실전 테크닉’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고객 만족’에서 ‘위기관리’로
진상 고객들에게 제대로 대처하려면 먼저 ‘고객 만족’에서 ‘위기관리’로 태도를 전환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때로는 고객 만족도를 의식한 나머지 악성 불만을 제기하는 진상 고객을 일반 고객과 동일한 태도로 대응하기 쉽다. 그러한 대응 방식으로는 아무리 해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난처한 상황에 빠지지 않으려면 상식에서 벗어난 요구를 집요하게 하는 고객에게 대응하는 방식을 고객 만족에서 ‘위기관리’로 변경해야 한다. 우선 저자는 고객 불만에 대처하는 3단계를 설명한다.
먼저 ‘수용하기’ 단계이다. 화가 나서 흥분한 상대방을 진정시키기 위해 고개 숙여 사과하는 단계이다.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많아서 공감하고 ‘수용’하는 자세로 고객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대부분은 이렇게 성심성의껏 사과를 하면 수습이 된다.
다음은 ‘타협점 찾기’ 단계이다. 고객이 제기한 불만의 실상을 파악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불만을 제기한 동기와 목적을 파악하여 타협점을 찾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단호히 대처하기’ 단계이다. 성의껏 사과해도 용납하지 않는 고객이 제기하는 주장의 이면에 금전이나 특별 대우 등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단계이다. 이때는 더 이상 ‘손님 대우’를 하지 말고 ‘악성 불만을 제기하는 진상 고객’으로 여겨 응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고객 만족’에서 ‘위기관리’로 방식을 완전히 변경하는 것이다.
침착하고 단호해야 진상 고객을 물리친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진상 고객 앞에서는 침착하고 단호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진상 고객들은 담당자가 당황하거나 흥분하기를 바란다. 진상 고객들이 왜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고, 위협을 하겠는가? 물론 정말 화가 났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진상을 떨어야 자신이 주도권을 잡고 상황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진상 고객을 상대하는 담당자는 무엇보다 침착해야 하며, 진상 고객이라고 판단이 선 순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단호한 대처는 진상 고객들이 미처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스스로 혼란스러워진다. 단호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다.
《고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에는 다양한 유형의 진상 고객과 그 대처 방법이 사례로 소개되어 있다. 아울러 고객 불만에 대처하는 기본 원칙과 갈등 발생을 사전에 막기 위한 위기관리 방법도 알려 준다. 대응 비법과 실전 테크닉이 표와 그림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서 혼자 외로이 맞서기 일쑤인 감정노동자들이 수시로 찾아 읽기 쉽게 되어 있다. 악성 불만을 늘어놓으며 과다한 요구를 하는 진상 고객들에게 잘 대처하기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