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비밀
천년의 비밀을 벗고 모습을 드러낸 미륵사 서탑
엄광용 장편소설 『천년의 비밀』. 최근 익산 미륵사지의 서탑(西塔) 복원 사업이 완료되었다. 미륵사지 동탑(東塔)은 완전히 무너진 것을 복원했지만, 학술적 연구나 고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급하게 이루어져 졸속이란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4층까지 남아 있던 서탑은 더 무너질 것을 염려하여 2009년 해체한 후 약 4년여 동안 철저한 고증을 거쳐 복원 작업을 실시했던 것이다. 이 탑은 해체 작업을 할 당시부터 문화 및 역사계의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기존 《삼국유사》의 ‘서동설화’를 근거로 하여 미륵사는 백제 30대의 무왕과 선화공주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서탑에서 나온 사리장엄구가 출토되면서 그 발원자가 사택적덕의 딸인 사택왕후로 밝혀져 학계에서 한동안 큰 논란이 벌어졌었다. 사리장엄구의 내용대로 사택왕후가 미륵사를 창건한 발원자라면 《삼국유사》에 나오는 무왕과 선화공주의 이야기는 허구가 되므로, 학계에서는 서동설화의 진실성 여부를 놓고 여러 가지 학설이 난무했던 것이다. 나중에는 선화공주가 먼저 죽고 나서 무왕이 사택적덕의 딸을 왕후로 맞이한 것이 아니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기도 했다. 작가 엄광용의 『천년의 비밀』은 미륵사 창건에 얽힌 무왕과 선화공주의 설화를 바탕으로 하되, 서탑에서 나온 사리장엄구의 내용처럼 어찌하여 사택왕후가 발원자가 되었는가를 역사 추리적 기법으로 조명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