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작가 (개정판)
“전 영국 수상 뒤에서 연설문을 작성한 이들의 비밀은 무엇인가!”
독자는 알지 못하는 숨겨진 이름, 유령 작가의 세계가 지금 공개된다!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유명인의 스포트라이트 뒤에 숨겨진 유령 작가, 모든 진실은 그들만이 알고 있다!
유명인의 뒤에 가려진 채 유명인의 목소리로 활동하는 유령 작가. 그러나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내기 전까지 유령 작가는 유명인과 가장 밀접하고 비밀스런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각별한 존재다. 《유령 작가》는 자살한 전임자 대신 영국 전직 수상의 유령 작가로 새롭게 고용된 주인공이 절대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이 남겨진 전임자의 메모를 보면서 함께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로버트 해리스가 중요하게 다룬 것은 정치적 비밀이나 반전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입장을 그대로 투영한 글쟁이로서의 주인공의 심리다. 특히 비록 이름은 실리지 못하지만 화려한 작업물을 발표하며 자신감에 넘치던 주인공이 자신에게 남은 단 하나의 자존심인 글쓰기에 대한 무기력함에 빠지는 과정은 작가가 마치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며 쓰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기자, 칼럼니스트, 리포터, 논픽션 작가…… 그 어떤 현직 작가보다도 다양한 출판계와 언론계의 직업을 거친 로버트 해리스였기에 《유령 작가》에서 표현된 작가의 심리나 출판계와 언론의 생리는 무척이나 리얼하다. 애덤 랭의 인생관이나 정치적 관점에는 동조하지 않지만 자신의 몸값보다 훨씬 엄청난 수당, 인물에 대한 이상하고도 강렬한 호기심, 표지에는 불가능하지만 헌정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주겠다는 명예욕 때문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주인공은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아니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현실적인 캐릭터다. 여기에 애덤 랭에게 닥친 위기를 호재로 이용하려는, 소위 ‘대박’을 노리는 출판사, 그리고 자신의 비리와 진실을 오히려 회고록 출간을 통해 덮으려는 랭 등 각각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는 아마존닷컴의 서평처럼 ‘어떤 소설보다 리얼한 캐릭터 묘사’를 보여준다.
물론 작품은 로버트 해리스 특유의 장기인 역사적 리서치와 추리 소설적 구성도 놓치지 않는다. 작품의 중반 이후를 아우르는, 영국-미국에 얽힌 민감한 정치사적 비밀을 밝혀내는 주인공의 조사에는 작가인 해리스의 연구가 또 한몫을 했다. 작가의 심리를 경쾌하면서도 리얼하게 그린 작품의 초중반 이후, 랭의 비밀을 밝혀나가는 중후반은 그의 특징을 보여주는 듯 진중하면서도 리얼하다. 전임자가 쓰던 내비게이션에서 우연히 의문의 주소를 찾아낸 주인공이 웹사이트와 구글 검색을 통해 비밀의 중심에 다가서고, 끝내 핵심을 밝혀내는 부분은 세련되면서도 정교한 플롯을 선호하는 젊은 독자들의 취향을 반영하면서 인간의 호기심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유령 작가》는 2008년 ITW(International Thriller Writer) 어워드 Best Novel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거장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유령 작가〉가 2010년 2월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여 다시 한 번 그 원작의 힘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저는 유령 작가, 각하의 유령입니다.”
출간 당시 실제 모델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며 전 세계를 발칵 뒤집은 단 한 권의 소설!
전직 영국 수상 애덤 랭은 이제 공직에서 물러나 국제 외교 활동을 하고 있다. 영국의 유명 출판사는 그의 인기가 아직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1,000만 달러에 애덤 랭과 자서전 출판 계약을 하나, 1년 후 대필 작가였던 마이클 맥아라가 시체로 발견된다. 록가수의 대필로 상승세를 타고 있던 잘나가는 대필 작가 ‘나’는 어느 날 그의 후임자 자리를 제안받고, 상상할 수 없는 집필 비용에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판사가 마련해준 미국의 한 외딴 섬에 있는 작업공간으로 향한다. 하지만 랭의 매력과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일의 속도에 만족하던 즈음, 죽은 맥아라가 숨겨놓은 ‘절대 알아서는 안 될’ 비밀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역사 전문작가인 로버트 해리스가 이번에 다룬 소재는 바로 출판계와 유명인들에게 민감한 ‘대필 작가’이다. 대부분 유명인들의 경우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시간적 문제까지 겹쳐 유령 작가, 즉 대필 작가를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전직 기자이자 칼럼니스트, 논픽션 작가이자 리포터로 활동했던 로버트 해리스는 일찍이 이런 출판계와 관련한 일들과 밀접했고 마침내 그 문제를 이 작품 《유령 작가》 속에 풀어냈다.
자신의 이름이 표지에 찍힌 작가가 되기를 꿈꾸고 있으나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유명인의 ‘유령’ 노릇을 해야 하는 유령 작가. 로버트 해리스는 어둠 속에 가려진 채 유령으로 활동하는 대필 작가들의 세계를 독특하게도 정치스릴러라는 장르 속에 풀어낸다. 영국 전 수상의 회고록 집필을 위해 급히 고용된 대필 작가인 주인공과 과거를 덮고 회고록을 통해 새로운 재기를 노리려는 야심에 찬 전 수상의 심리가 치열하게 묘사되는 가운데, 작품은 영국과 미국에 얽힌 정치사적 비밀에까지 나아간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수상은 애덤 랭의 실제 모델인가
출간 시 언론을 들끓게 했던 논란과 작가 해리스의 부인(否認)
2007년 10월 《유령 작가》 출간 당시, 영국 언론에서 큰 논란이 되었던 것은 바로 책 속의 등장인물인 영국 전 수상 애덤 랭이 바로 영국의 전 수상이었던 토니 블레어와 너무나 닮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비단 그 인물의 특징뿐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랭과 관련한 정치상황 또한 블레어의 그것과 꼭 같은 모습이었다는 것이었다. 작품 초반에 등장하는 런던 지하철 폭발 사건 및 랭이 주장하는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이라크 관련 자료의 조작 등은 블레어의 시절에도 일어났던 영국인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일들이었다.
물론 로버트 해리스는 랭의 실제 모델이 블레어가 아니냐는 일각의 의문들을 부인했지만, 한때 자신이 열렬히 지지했던 토니 블레어에게서 등을 돌린 지 오래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된 작품인 데다 블레어 집권 당시의 실정으로 영국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터라 많은 이들은 아직도 랭의 모델을 블레어로 확신하고 있는 상태다. 로버트 해리스가 정치적 오해를 무릅쓰면서까지 이 작품을 발표한 것도 블레어와의 연관성을 벗어나기 힘든 듯 보인다.
《유령 작가》는 도저히 납득이 불가능한 블레어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얻으려는 해리스의 표현력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정치와 권력의 일그러진 본질을 픽션의 설정으로나마 이해하고 또 독자들에게 설명하려는 해리스의 작가적 신념이자 능력. 그가 아무리 부인하려고 해도 독자가 스스로 느끼고 깨우칠 수밖에 없는 ‘책’이라는 매체의 가공할 만한 파급력 말이다.
《유령 작가》는 로버트 해리스가 쓴 최초의 동시대 소설이자 익명 소설이다. 그간의 소설이 실명을 위주로 한, 역사 팩션 또는 가상 역사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새로운 실험이자 도전이었으리라.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더더욱 사실적이고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해리스의 전적인 부인에도, 《유령 작가》는 영국의 전 수상 토니 블레어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정치상황과 너무도 닮아 있다. (소설의 주인공 애덤 랭과는 이름의 음절 수까지 똑같다.) 테러와의 전쟁, 런던 지하철의 연쇄 폭발 사건, 이라크 관련 자료 조작 등등. 실제로 BBC의 정치부 기자이자 노동당과 블레어의 지지자였던 해리스는, 영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롯해 신노동당의 핵심세력이자 그의 친구인 피터 만델슨을 외교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상이 해고한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이 사건은 소설 내에서 라이카트 외무상의 에피소드로 표현된다) 토니 블레어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_ 옮긴이의 말 중에서
? 미디어 리뷰
“로버트 해리스는 문학적인 알프레드 히치콕이다.” _가디언
“로버트 해리스는 가히 영국 최고의 작가라 할 만하다.” _데일리 텔레그래프
“우리 시대의 가장 논쟁적인 이슈를 지적으로 다루는 작가, 로버트 해리스.” _데일리 익스프레스
“복잡하지 않은 플롯 속에서도 해리스의 주제는 번득이고 있으며 명쾌하고 관록 있는 작품의 구성도 돋보인다. 또한 마지막 페이지의 세련된 반전도 《유령 작가》의 백미다.” _뉴욕 타임스
“지적 스릴러의 거장 로버트 해리스. 《유령 작가》로 다시 돌아온 해리스는 놀라울 정도로 이색적인 소재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_타임스
“해리스는 《유령 작가》에서 블랙 유머가 담긴 시니컬한 이야기를 훌륭히 묘사한다. 플롯의 마지막 반전을 예상한 독자조차 심각한 이슈를 지적으로 표현하는 해리스의 예술적 수완에 감탄하게 된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유령 작가》로 로버트 해리스는 이 시대의 가장 정통적인 정치 스릴러 작가임을 입증했다.” _USA 투데이
“조지 오웰의 《1984》를 연상시키는 《유령 작가》의 엔딩은 이 시대 현실을 비판하면서, 씁쓸하면서도 가슴속 깊이 남는다.” _워싱턴 포스트
“매끄러우면서도 팽팽하고, 속도감을 잃지 않는 거장의 작품. 《유령 작가》에서 해리스의 재능은 가히 최고의 경지에 다다랐다.” _커커스 리뷰
“로버트 해리스의 전 작품들 중 감히 최고라고 할 만하다. 촘촘하게 짜인 플롯은 물론이거니와 너무나 리얼한 캐릭터의 묘사도 근래 어떤 소설들보다 훌륭하다.” _아마존닷컴
“요즘 같은 테러의 시대를 뚫고 용감히 이러한 소재를 선택한 로버트 해리스의 작가적 마인드에 경의를 표한다.” _메일 온 선데이
“로버트 해리스 최고의 작품. 위트와 영리함이 넘치는 《유령 작가》의 플롯은 해리스만이 서술할 수 있는 장기다.” _파이낸셜 타임스
? 책 속으로
“뭐라고?”
소파에 앉아 있지 않았다면 난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을 것이다. 사람에게 가치를 매길 수 있다면 25만 달러는 내 가치의 10배쯤 되는 액수이리라.
“5만 달러는 4주간 매주 지불하고, 5만 달러는 시간 내 일을 마칠 경우 제공되는 별도의 보너스야. 항공비와 생활비도 따로 지급하고. 자네 이름은 공저자로 기록될 거야.”
“표지에?”
“오, 이런! 당연히 헌정 페이지지. 하지만 출판 연감에는 나올 걸세. 그건 확실하게 다짐받았어. 하지만 자네가 이 책을 쓰는 데 개입한다는 것은 당분간 철저히 비밀이야. 그쪽에서 아주 단호해. 세상에, 이제 자네를 위한 세상이 활짝 열린 거야, 응? 기가 막히지 않아?”
전화기 너머로 그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의자에 느긋하게 기댄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그의 말이 옳았다. _ 47~48쪽
훌륭한 책은 모두 다르지만 형편없는 책은 완전히 똑같다. 이런 일을 하면서 나쁜 책을 수도 없이 읽은 후에 내린 결론이다. 너무나 형편없어서 출간될 수도 없는 책들. 그런 점에서 볼 때 책으로 출간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임에 분명하다. 소설이든 회고록이든, 나쁜 책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문제는 바로 이거다.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좋은 책이 반드시 진실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읽는 동안만큼은 사실처럼 느껴져야 한다. 출판사에 있는 친구 하나는, 이것을 ‘수상비행 시험’이라고 부른다. 런던 시민들의 일상사를 그린 어느 영화에서 따온 말인데 주인공이 수상비행기로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템스 강에 착륙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였다. 그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장면을 보자마자 그 영화를 볼 이유가 전혀 없음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_ 80~81쪽
아직 쓰이지 않은 책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 유쾌한 우주와 같다. 하지만 하나의 단어를 적는 순간 그건 지상의 소유물이 되며, 한 문장을 완성하게 되면 지금까지 쓰인 모든 책들과 똑같이 완성품으로 봐야 한다. 최고가 아니라고 해서 최선을 포기할 수는 없다. 천재성이 부족하다 해도 기교는 남는다. 최소한 독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책으로 만들 수는 있다는 뜻이다. 첫 번째 문장을 읽고, 두 번째, 세 번째 문장을 훑어보는 것만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그런 책. 나는 맥아라의 원고를 집어 들고, 1,000만 달러짜리 자서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잠시 고민해보았다. _ 193쪽
해변 저쪽으로 몇백 미터쯤 떨어진 모래언덕 위에서 그림자 한 쌍이 떠오르더니 나를 향해 걸어왔다. 광포한 자연에 비해 너무나도 어둡고 작고 나약해 보이는 사람들. 나는 다른 방향을 보았다. 바람이 파도 끝에서 물보라를 뜯어내 해변으로 내던지고 있었다. 마치 수륙양용 침략군들이 일렬횡대로 쳐들어오는 것 같았다. 군인들은 해변을 반쯤 점령하고는 어느덧 소리도 없이 스러져버리기를 반복했다.
이제 할 일은 이 모든 얘기를 신문사에 넘기는 것뿐이야. 나는 바람 속에서 비틀거리며 이런 생각을 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집요한 기자이자, 우드워드와 번스타인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고결한 후손들에게 말이다. 그럴듯한 제목이 생각났다. 머릿속에는 훌륭한 기사까지 떠올랐다. _ 216~217쪽
춥고 어둑어둑한 화물칸에 앉아 있자니 갑자기 디젤과 배기가스 냄새 속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그건 폐쇄공포증 때문은 아니었다. 그건 맥아라 때문이었다. 나는 바로 옆에서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집요하고도 무거운 집착이 이제 온전히 내 몫이 된 것만 같았다. 그는 여행 중 실수로 말을 건 사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덩치 좋고 머리도 좋은 이방인이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문을 잠근 다음 계단을 올라갔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나는 위층 바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 뒤로 붙어 섰다. 《USA 투데이》를 읽고 있는 앞사람의 어깨 너머로 애덤과 국무총리가 함께 찍은 사진이 보였다. ‘전범 재판에 맞선 랭. 지지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워싱턴’. 카메라는 그가 씩 웃는 모습을 잡아냈다. _ 2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