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랫말 아이들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서울 한강변의 모랫말.
아직 전쟁의 상흔이 짙게 남은 그곳에서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소년 수남이가 화자가 되어 들려주는 모랫말 사람들의 이야기.
먼 데서 혼자 흘러들어와 꼼배라 불렸던 땅그지 춘근이, 전쟁 때 중부전선에서 파편을 맞고 바보가 된 인정 많은 상이군인, 전쟁의 화염 속에서 수많은 시체를 불태운 화장터의 화부 아저씨, 낯선 이국땅에서 늙은 고양이를 벗삼아 외로움을 달래는 화교 친이 할머니, 기지촌에서 양공주들과 함께 생활하는 수남이의 마음속 애인 영화, 검둥이 병사를 상대로 벌거숭이가 되어 돈벌이를 하는 영화의 엄마, 늘 배고파하며 떠돌아다니는 곡마단의 수줍은 어린 남매, 그리고 수남이를 돌봐주던 태금이 누나. 전쟁 통에 미친 여자가 되어 모랫말로 다시 돌아와 영혼이 없어져버린 얼굴로 동네를 쏘다니던 태금이 누나의 애절한 사연......
그러나 작가는 이를 통해 암울한 시절, 질곡의 현대사로 남겨진 그 시절에도 사람들은 존재했고, 척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일구는 삶은 여전히 따뜻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하기에 오늘을 사는 우리를 진정한 우리이게 하고, 내일을 희망할 수 있게 하는 힘은 바로 그 그늘진 세월을 꾹꾹 밟고 건너온 사람들일 것이라 이야기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온 우리 시대의 모든 유년을 이『모랫말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 아프지만 아름답게 복원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