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손가락 - 이청준 문학전집 중단편소설 9
우리 문단의 거대한 봉우리 이청준 소설의 전체적 이해를 통해 한국 현대 소설의 궤적을 추적하고, 새롭게 전개될 우리 소설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이청준 문학전집은 전 29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숨은 손가락≫에 수록된 작품들은 집필 시기가 1968년부터 1993년까지라는 시간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주제를 갖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영원한 숙제인 통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숨은 손가락≫에 수록된 일곱 편의 작품들은 6·25 전쟁이라는 우리 민족의 특수한 상황을 바탕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침몰선>은 마을 앞 바다에 좌초된 침몰선을 통해 1950년대를 전후한 그 당시 우리나라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수진이라는 한 소년의 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전쟁 그 자체는 어떤 이념적인 명분이나 동기에도 불구하고 항상 맹목적인 적개심과 무자비성 그리고 절망적인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개백정>이라는 작품을 통해 작가는 말하고 있다.
친정어머니가 심어 놓은 철쭉나무에서 몇 십 년 동안 소식이 끊긴 황해도 안악 마을의 고향 식구의 모습을 보는 아주머니와 그 아주머니를 걱정하는 새댁의 이야기인 <희철쭉>.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념과 사상의 대립을 통해 인간이 갖고 있는 추악한 재물욕과 권세욕, 그에 따른 잔인스런 배반과 복수극이 빚어낸 인간계의 비극상을 보여주는 표제작인 <숨은 손가락>. 어린 소년 시절 겪었던 6·25 전쟁의 기억 때문에 스스로를 가해자로 단정하는 김사일 씨와 딸아이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가해자의 얼굴>. 여행을 떠나기 전 집에서부터 혼자 심한 변비증에 시달리고 있었던 노인의 모습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뚫어>라는 작품까지 남북 분단의 상황과 통일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