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맛과 추억
대구의 따로국밥 은 예전에는 대구탕이라고 불러서 생선 대구탕과 혼동이 될 정도로 유명했다. 우뭇가사리 묵을 채 썰어서 콩가루와 식초 섞은 냉국을 부어서 먹는 우무냉국은 또 어떤가. 철봉리에서 맛본 북한 통조림으로 만든 된장 뚝배기 냄새에서 그는 북한의 느낌들을 추억해낸다.
우리는 모든 맛을 잃어버렸다. 맛있는 음식에는 노동과 땀과, 나누어 먹는 즐거움의 활기, 오래 살던 땅, 죽을 때까지 언제나 함께 사는 식구, 낯설고 이질적인 것과의 화해와 만남, 사랑하는 사람과 보낸 며칠,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궁핍과 모자람이라는 조건들이 들어 있으며, 그것이 맛의 기억을 최상으로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미식가나 식도락자를 맛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규정한다. 마치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끝없이 헤매는 돈 주앙처럼 말이다.
현실 참여적 작품들을 주로 써온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고난의 현대사를 되돌아보며 작가 자신이 만나고 경험했던 것들과의 화해가 아니었을까. 넉넉히 발효된 김장김치처럼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그의 문장들을 씹다보면 그 시절, 그 기억 때문에 마음이 다 아득해진다.「노티를 꼭 한 점만 먹고 싶구나」의 개정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