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감춘 가족
범인을 찾다가 찾은 가족
지오는 누나의 다이어리를 가져간 범인으로 몰리면서 가족들을 면밀히 관찰하기 시작한다. 탐정이 꿈인 친구 온주의 도움을 받아, 집 안 구석구석을 뒤지는 건 물론이고 미끼를 던져 놓고 함정을 파며 적극적으로 정탐을 벌인다. 아빠와 엄마, 누나 중에 누가 다이어리를 훔쳐갔을까?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범인의 꼬리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짐작도 쉽지 않다. 가족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함께 있지만, 대화는 부족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일도 어색하기만 하다.
지오는 옷장을 뒤지다가 엄마의 초등학교 시절 통지표를 발견하고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예쁘고 완벽한 누나가 부모님 몰래 남자 친구를 만나는 것도 목격한다. 그리고 무뚝뚝한 아빠는 자식들과 대화를 원하지만 질문을 고르는 일조차 어려워한다는 걸 알게 된다. 범인을 찾으려다가 가족과 한층 가까워진 지오의 이야기는 가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게 한다.
치밀하고 매끄럽게 독자의 주의를 끌고, 한순간에 따돌리는 이야기
초보 탐정인 지오가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방식은 어설프지 않다. 기대 이상으로 창의적이고 치밀하며, 신중한 태도로 사건에 다가설 줄 안다. 이 이야기는 일면 단순한 사건에 친숙한 용의자로 시작되지만 미스터리하고 입체적인 전개로 잘 짜인 추리 소설에서나 맛볼 수 있는 흥미와 긴장을 느끼게 한다. 그 비결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오늘날 가족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한 데 있다. 단단한 벽을 세우고, 방문을 걸어 잠근 그 닫힌 생활공간만큼이나 가족들은 단절돼 있어, 그 자체로 알 듯 모를 듯한 이야기가 된다.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오해를 낳고, 지나친 관심은 간섭으로 변질되어 도리어 비밀을 쌓아 가게 만든다. 작가는 이런 가족의 실상을 세심하게 포착해서 이야기의 구조로 끌어 들였다. 예측을 뒤엎는 이야기,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심리 묘사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