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혜리는 잠자코 있더니 느닷없이, 무서운 게 뭐냐고 물었다. 내가, 우연 혹은 필연이라고 대답하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조금 뒤 나는 웃으며, 그런 뜻에서 오늘 밤 우리는 무서운 관계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그런 식으로라면 모든 게 무섭겠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무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몸을 돌려 나를 껴안았고, 나는 그녀의 혓바닥을 빨았고,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만졌고, 손 안 가득 탄력 있게 잡힌 그 살의 덩어리를 집어삼키고 싶었고, 미궁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택시에 실려 고속으로 달려갔다. 반백의 기사가 핸들을 잡았고, 비탈리의 샤콘느가 흐르고 있었다. 기사는 큰 덩치였는데, 내게 행선지를 묻고 나서, 테이프를 갈아 끼운 뒤, 묵묵히 앞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합승을 위해 차도로 내려온 사람이 있으면, 그는 어김없이 브레이크를 밟고, 행선지를 외치는 사람들 쪽으로 고개를 길게 내뻗었다. 하지만 우리의 동행자는, 우리의 일시적 인연은, 결국 한 명도 없었다. 나는 만남과 헤어짐을, 밤마다 벌어지는 택시 속에서의 티끌 같은 시간들을 생각했다. 우리는 언제나 만나서 동행하고, 우리는 또 언제나 헤어져 홀로 간다. 원자는 그런 것이고, 우리 또한 그런 존재다.
벤치에서 일어나, 나는 걷기 시작했다. 하늘은 변함이 없었다. 파란 강물도 하얀 구름도 붉은 태양도 그대로였다. 나는 걸음을 빨리 했고,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먼지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리조텔 본관 앞에 다다랐을 때, 빗물은 거짓말처럼 그쳤다. 나는 멈춰 서서 하늘을 보았다. 그것은 구름과 해의 그림이 있는 거대한 유리 같았다. 나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고 내게만 들리는 어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난 기분이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