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 이청준 문학전집 장편소설 1
우리 문단의 거대한 봉우리 이청준 소설의 전체적 이해를 통해 한국 현대 소설의 궤적을 추적하고, 새롭게 전개될 우리 소설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이청준 문학전집은 전 29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의 유수한 여자 대학이 있는 동네, 아이스크림 집과 다방과 옷가게가 즐비하고, 책방이 한군데 웅크리고 있어 없는 듯 있는 듯 보이는 거리에서 마냥 쑥스러워하는 주인공 이준. 이준은 잡지사 ≪새여성≫에 다니고 있으며, 회사를 그만둘까 어쩔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준은 열흘의 유예 휴가 기간 동안 동료인 갈태로부터 회사의 최종 결정이 오길 기다리며 신문관에게 해야 할 최후의 진술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더 이상 이야기할 과거가 없다. 이때 이준이 예전에 써두었던 소설이 잡지에 실리게 되고 그 소설을 검토하기로 한 각하는 그의 사형 집행을 연기시킨다. 집행의 연기 이유는 소설은 자신을 말하는 가장 솔직하고 진실된 말하기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준의 사형 집행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그는 앞으로도 살아가기 위해 소설을 써야 하고 계속해서 각하에게 검증받아야 할 것이다.
작가 이청준은 이준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목숨을 연장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소설을 써야 하고 각하에게 검증받아야 하는 소설가의 삶. 소설가에게 있어 소설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작가의 분신인 이준의 삶은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을 통해 소설가 이청준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