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과 머저리 - 이청준 문학전집 중단편소설 2
우리 문단의 거대한 봉우리 이청준 소설의 전체적 이해를 통해 한국 현대 소설의 궤적을 추적하고, 새롭게 전개될 우리 소설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이청준 문학전집은 전 29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청준의 중단편 소설집 ≪병신과 머저리≫는 대부분 1960년대 후반에 씌어진 작품들로 작가 이청준이 단편소설 분야에서 신예작가의 한 사람으로 크게 주목받던 시절의 작품들이다. 이후 작가 이청준은 소설의 장인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으며 그도 자기 예술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를 장인정신의 실천에 두었다. 그러한 작가의 의지는 ≪병신과 머저리≫의 작품들 가운데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예술가 소설의 걸작 가운데 하나인 <병신과 머저리>는 소설 속의 소설 쓰기의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 액자구조 소설이다. 의사인 형과 화가인 동생의 이야기로 형은 한국전쟁 중에 입은 심리적 상처에 시달리고 있으며 최근에 시술한 수술의 실패로 진료를 중단하고 있다. 동생은 떠나가는 애인을 적극적으로 붙잡지 못한 이후 그림에 손을 놓고 있다. 형은 자신의 삶을 소설 쓰기의 행위를 통해 성찰하려 하나 동생의 개입으로 소설은 소심한 선택으로 결말이 난다. 장인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보여주는 <등산기>는 늙은 교수가 자기 상처의 무게와 같은 무게의 돌덩이를 배낭에 넣고 등산을 하면서 점점 쇠락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통해 작가 자신의 괴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이청준 소설의 주인공들이 안고 사는 불안은 한결같이 특별한 것이고 자주 과장된 것처럼 보여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불안은 바로 소설은 무엇이며 어떻게 씌어져야 하는가라는 작가의 끊임없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