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하재봉 장편소설
모두 5장으로 된 장편소설 영화는, 후일담 형식인 5장 관객 파트를 제외하고 각 장 모두 나는 지금 …지만 일찍이 깡패가 되고 싶었다라는 똑같은 형태의 문장으로 시작되어 오, 위선의 독자여. 내 형제여라는 보들레르 시구를 인용하면서 끝난다.
각 장의 화자는 작가, 감독, 배우, 제작자, 관객 등으로 바뀌는데, 다른 장의 등장인물들도 서로 서로의 장에 겹치기 출연한다. 즉 작가 장에 나오는 감독이 감독이나 배우장에 다시 등장하지만 화자의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들은 조금씩 다르다.
첫 장 작가에서 작가는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를 강탈하여 완벽한 승리를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번째 장 감독을 읽어보면 작가의 승리는 일시적이고 그 뒤에 또다른 내용이 전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감독에서는 감독이 아주 승리한 상태에서 끝나지만 다음 장 배우를 읽어보면 감독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이루어진다.
이런 식이다. 각 장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앞장이 이룩한 성과를 무너뜨리면서 시작된다. 기승전결식의 종래의 선적인 서사구조가 아닌, 비선형 서사구조라는 독특한 형식실험을 통해 하재봉은 우리 사회의 위선된 모습을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