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옥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에게는 저마다의 마음의 감옥이 있다.
인간의 정이 느껴지는 마음의 감옥을 김원일은 그의 세심한 필치로 그려냈다. 기억의 양면성.. 즉, 기억은 감옥을 짓게 하는 자재이다. 자재에는 좋은 자재와 나쁜 자재가 있다. 자재는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행복과 불행의 대립을 김원일은 작중의 가족들에게 부여하여 우리에게 보여준다.
형님,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다 선량하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그들을 철부지 어린아이나 노망든 노인이나 정신병자로 생각해야 합니다. 경우에 없는 생떼를 쓰고, 걸핏하면 싸우고, 거짓말도 하고, 심지어 도둑질도 하지요. 살아가는데 너무 지쳐 마음마저 그렇게 삭막해져버린 겁니다. 그 어리광과 투정과 사나움을 탓하기에 앞서, 그의 괴로운 삶만큼 나도 그와 함께 아파하지 않으면 그들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가 살인한 자식조차 조건 없이 사랑하듯,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고는 하루도 그들을 벗으로 여겨 여기에서 배겨내지를 못하지요.
그러나 사일구가 순수하고 정직한 젊은이들의 의분만으로 사령탑의 전략 전술 없이 시작되었고 끝났기에, 참여자의 대부분은 본래의 자기 직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사일구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그 어떤 노력에도 몸 바치지 않은 채, 결혼하여 가정에 안주해버림으로써 봉적 정치 형태를 탓하며 나까지 혁명을 팔아먹기에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 나는 여지껏 한번도 어느 자리에서나 사일구 세대로 자처한 적은 없었다.
사십대의 사망률이 세계 일위라는 말끝에 근조는 한국인의 지나친 성취욕구, 물신숭배의 이기심, 거기에 따른 맹렬한 저돌성과 조급증을 통박하였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