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편지를 씁니다
‘소원’, ‘꿈’, ‘동행’. 손편지가 빚어낸 소통의 행복
지난 겨울의 어느 날, 노란색 편지봉투 속에 정성스럽게 쓴 손편지 한 통이 현금 4만 7,000원과 함께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한 ‘노란봉투 캠페인’에 도착했다. 편지를 작성한 주인공은 가수 이효리였다. 그녀의 진심이 담긴 정성스런 손편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 손편지 덕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잊혀질 뻔했던 이 캠페인이 주목을 받게 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한 통의 손편지가 소통의 기적을 만든 것이다.
극단의 이기주의로 주변에 대한 무관심이 일상화된 오늘날, ‘손편지’가 진정한 소통의 도구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남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진심을 전달해야 한다. 편지는 글씨로 새기는 진심이다. 편지를 쓰는 순간에는 오로지 편지를 받을 사람만을 생각하게 된다. 마음을 전하는 표현이 다소 서툴고 어설프더라도 상관없다.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에는 편지를 쓴 사람의 온갖 감정과 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편지는 문자를 활용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소통법이다.
그렇게 단 몇 줄의 편지 속에 담긴 진심은 상대방에게 오롯이 전달되면서 마치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사람처럼 관계가 더욱 친밀해지고, 서로만의 비밀을 간직한 듯 만나면 미소부터 나누는 사이가 된다.
손편지는 그렇게 마법을 부린다. 일부에서는 손편지를 ‘잃어버린 구시대의 유물’ 정도로 취급하지만, 편지는 당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기쁨과 설레는 기다림을 가져다줄 것이다. 오늘 당장 손편지의 마법을 경험해볼 일이다.
SNS를 통한 메시지와는 달리 쓰는 이도, 받는 이도 마음을 뛰게 만드는 손편지는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소통의 다른 이름이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발견한 희망의 온기
《오늘도 편지를 씁니다》는 오랫동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해온 저자가 손편지로 소중한 사람들과 소통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지금까지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알리고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아이들과, 자신이 가진 조그마한 것이라도 나누기위해 애쓰는 후원자들, 그리고 가족, 친구, 동료들과 3,00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이렇게 나눈 손편지의 사연들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미처 관심 갖지 못했던 주변의 진솔한 일상을 그저 잔잔하게 전할 뿐이다. 하지만 그 작고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 속에 우리의 진짜 삶이, ‘생얼’이 그대로 드러난다. 편지 속 주인공들은 때론 절박한 현실에 힘겨워하기도 하고, 세상을 향한 절망과 분노를 쏟아내기도 한다. 이렇게 숨 가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지쳐가는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건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들과 나누는 ‘공감의 손’이다.
우리 사회의 복지 수준은 여전히 낙후되고 빈부격차는 더욱 커져만 간다. 하지만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눔’을 통해 다른 누군가의 희망을 지켜주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장에서 직접 나눔과 소통을 실천하고 있는 저자의 담담하고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는 잠시 잊고 있던 우리 사회의 ‘희망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에는 편지글을 중심으로 소원, 꿈, 동행, 그리고 소통이라는 4가지 주제의 40가지 사연이 소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