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 - 인간의 악한 본성과 그 해결의 길
《순자》, 이상보다는 현실에서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 유가의 현실주의자!
순자는 인간의 현실적인 삶 속에서 인간 본래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실제적인 논리를 세웠던 유가의 현실주의자였다.
제자백가 가운데 순자가 속했던 유가는 춘추 시대 말 공자에 의해 인의(仁義)를 바탕으로 한 도덕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창립된 학파였다. 그러나 순자는 인간 내면의 도덕성으로 도덕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공맹 사상만으로는 그가 살고 있는 시대를 평화로운 세상으로 만들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순자가 살던 전국 시대는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으로 온 세상이 전쟁에 휩싸여 있었고,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그야말로 인간의 인의가 통하지 않는, 도덕이 땅에 떨어진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혼탁한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제자백가의 사상들을 깊이 연구하고 자신이 속한 유가를 비롯해 모든 사상을 비판하여 일부 장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특히 그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법가 사상이었다. 법가와 같은 부국강병의 논리가 현실에서 승리한다는 것을 진나라를 통해 보았기 때문이었다. 순자는 도덕이 땅에 떨어진 시대에 인간을 구원하고 도덕에 입각한 왕도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엄격한 법과 예와 같은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므로 순자가 강조한 것은 인간 또한 인간 사회가 지닌 부도덕성이나 악함이 아니라 그에 대한 개선책이었던 것이다.
이 책 《순자》를 통해 우리는 이상보다는 현실에서 인간 문제를 해결하려 한 냉철한 이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순자의 이야기는 시공을 초월해서 오늘날에도 그 가치가 높다고 할 것이다.
《순자》, “인간은 본래 악하다”는 성악설 주장의 지향점은 결국 성선설과 “동일”
인간은 과연 악한 본성을 갖고 태어난 것인가? 아니면 선한 본성을 갖고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인간은 선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은 존재인가? 이는 순자와 맹자의 주장을 중심으로 서로 비교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하늘이 부여한 것이며 그런 까닭에 인간 자신이 타고난 본성대로 행위하면 곧 선한 행위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본성이 착한데도 불구하고 왜 인간은 악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일까? 이에 대한 맹자의 대답은 인간의 욕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타고난 본성은 착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무언가를 차지하려는 욕심에 가려 악한 행위에 빠졌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맹자의 도덕적 해법은 욕심이나 이기심을 극복하면 본래의 착한 마음으로 되돌아갈 수 있고 이를 위해 인간은 자신을 끊임없이 수양해야 하고 인간 사회의 모범인 성인의 가르침을 받아 교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순자는 이와 반대 지점에 서서 인간 자신이 타고난 본성은 악한 것이라면서 본성에 따라 그대로 실천하면 그 행위는 악한 행위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순자는 왜 자신의 선배였던 맹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런 주장을 했던 것일까? 그것은 전국 시대 당시 사회의 혼란상을 경험하면서 얻은 경험적 지식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순자는 악한 본성에 대한 개선책으로 스승과 법도에 의한 교화와 예의에 의한 교화를 주장했다. 따라서 순자의 성악설과 맹자의 성선설은 모두 인간의 교화 가능성을 바탕에 두고 수양론을 지향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지닌다.
《순자》, 본래 악한 인간도 예를 실천해 선하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
순자는 악한 본성을 극복하고 선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인간을 기대했고,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끊임없는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을 만드는 기준과 척도를 ‘예(禮)’라고 하며 예치주의를 내세웠다.
그렇다면 순자가 말하는 예란 무엇일까.
예는 정치 제도나 생활 의식뿐만 아니라 “우주와 인간 질서를 모두 포함한 도덕적 원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순자는 예가 단순히 외형적인 형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도덕성으로 이어지는 점을 알려 주고자 했다. 그리고 그 근거를 유가 철학이 예로부터 출발하여 인(仁)으로 완성되었다는 사실에서 찾았다.
결국 예가 처음에는 외형적인 형식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지혜로운 스승을 만나 그 스승으로부터 예를 배우고 익혀 실천하면 어느새 내면적 덕성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순자는 예를 주장함으로써 보다 도덕적인 인간을 만들고, 보다 도덕적인 세상을 추구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순자의 사상은 공자가 말한 “극기복례(克己復禮)”라는 측면을 보다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공자가 말한 인(仁)은 내면적인 측면에서 보면 성실하게 널리 사랑을 베푼다는 의미의 ‘충서(忠恕)’이기도 하지만 외면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기심을 극복하고 예의로 돌아간다는 ‘극기복례’이기도 했다. 그 점에서 순자는 사회적 질서나 규범을 의미하는 ‘예’를 통해 도덕적 사회를 꿈꾼 유가의 좌파라고 불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