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천재
감성과 지성을 자극하는 식탁 위의 인문학
중세의 레시피부터 세계적인 식품 기업의 성장 비화까지
인류의 수천 년 역사 속에서 태어난
혀끝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
이탈리아의 역사 저널리스트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맛의 천재》가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르네상스 시기의 책과 출판의 역사를 다룬 《책공장 베네치아》, 화폐와 금융의 역사를 다룬 《돈의 발명》에 이어 국내에 소개되는 그의 세 번째 책이다. 피자, 파스타, 에스프레소, 모짜렐라, 티라미수 등 이미 우리의 식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이탈리아 음식들의 기원과 변천사, 그리고 성공 스토리를 담은 《맛의 천재》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베테랑 저널리스트의 집요한 취재란 어떤 것인지 그 정수를 보여주는 책이다. 2003년부터 15권의 저서를 펴내며 왕성한 글쓰기를 보여준 마르초 마뇨는 높은 생산성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가서 보고 보도할 뿐(andare, vedere e riferire)’이라는 단답을 내놓아 범인(凡人)들을 허탈케 한 바 있지만, 어찌 됐든 그는 이 책에서도 자신의 말대로 사료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않고 달려가고, 관련된 인물이 살아 있으면 전화나 이메일 인터뷰라도 따내어, 방대한 정보로 중무장한 글을 선보인다.
이탈리아의 경제 일간지 〈Il Sole 24 Ore〉에 연재한 음식 칼럼이 단초가 되어 출간된 《맛의 천재》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보편성을 획득한 음식들의 탄생 비화와 성공 비결을 들려주는데, 과거의 인물들과 사건들을 생생하게 소환하기 위해 문학, 미술, 영화, 광고 등 온갖 장르의 문화 콘텐츠가 동원된다. 또한 수많은 역사 에피소드들이 옴니버스 영화처럼 쉼없이 펼쳐지는데,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서 통보리로 만든 접시로 등장한 납작한 빵이 ‘피자헛’으로 전 세계 동네 구석구석을 파고들기까지의 피자의 변천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인간으로 진화한 것만큼 놀라운 변신 이야기다. 마케로니와 파스타를 다루는 장에서는 18세기 요리서에서 3시간이었던 면 삶는 시간이 미국 남북전쟁 시기에 1시간 30분이 되었다가 1940년대에 이르러 20분으로 줄어드는, 공포영화 같은 이야기도 나온다. 그 밖에도 알루미늄 공장에서 일하던 비알레티가 아내의 빨래 냄비를 보고 모카포트를 발명하고, 덩어리 모양으로 판매되던 헤이즐넛 초콜릿이 무더위에 녹아버리자 빵에 발라 먹는 크림 누텔라로 변신하는 이야기들은 기업인들의 창의력과 용기를 보여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