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허삼관의 피를 팔기 위한 법칙!
피를 팔러 가는 날은 아침을 먹지 않고 몸 속의 피를 늘리기 위해 배가 아플 때까지, 이뿌리가 시큰시큰할 때까지 물을 마시는데 피를 뽑기 전에는 절대로 오줌을 누지 않는다. 원하는 때에 피를 팔려면 그 결정권을 가진 병원 혈두와의 교분이 중요하다. 피를 팔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보혈과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볶은돼지간 한 접시와 데운 황주 두 냥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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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活着)》이후 4년 만에 발표된 위화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출간 직후부터 중국 독서계를 뒤흔들며 위화를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작가 목록에 올려놓은 문제작. 가파른 중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인간이 걸어가는 생의 역정을 그려낸 이 작품은 장이모 감독에 의해 영화화(국내에서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어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위화 현상을 일으키는 일련의 기폭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특별히 잘나지도, 그렇다고 선량하지도 않은 허삼관이라는 한 가난한 노동자가 삶의 기본 양식(樣式)과 양식(良識)을 지키고 양식(糧食)을 구하기 위해 아홉 차례에 걸쳐 피를 파는 사연을 기둥 줄거리로, 살아가기 위해 그야말로 목숨 건 매혈 여로를 걷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중국 특유의 수다스러움과 짓궂은 해학, 희비극이 교차하는 구조적 아이러니로 드러내면서 한층 정교하고 심화된 주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유일무이한, 탁월한 상상력을 만나게 된다. - 프랑스
중국의 젊은 작가 여화의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백만원군을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무대가 중국이 아니거나 내가 한국인이 아니라면 여운이 그리 오래갈만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늙어가는 머리를 젊게하는 처방으로 가뭄에 단비같은 신선함이 있었다.마음이 자유롭지 못하면 의식이 자유롭지 못하고,의식이 자유롭지 못하면 상상력이 자유롭지 못하다.작가에게는 그것이 곧 중풍이 아니겠는가.나는 늘 남의 책이 커보인다.그래서 글을 쓴다. - 이문구(소설가)
확실히 여화는 그들의 특수한 시대, 극한의 생존 상태 하에서도 살아 있는 휴머니즘을 냉정한 필치로 그려낼 수 있는 유일한 작가이다. - 벨기에
한 편의 절묘하기 그지없는, 표면적 단순함과 간결함이 내면의 심원함과 완벽하게 결합된 작품. - 프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