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한뼘 지식 시리즈 073 - 바다를 꿈꾼 거대 포유류, 고래
선사시대의 인류는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기록하고 전달했을까? 사람들은 고민 끝에 바위에 그림으로 새겨 암각화를 만들었다. 암각화 중 고래를 표현한 그림이 가장 많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현재 고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보더라도 어떤 종인지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종의 특징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래는 환경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변화하고 진화했다. 최초의 고래 조상은 바로 ‘파키케투스’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동물은 네발로 수영도 하고 땅 위도 걷던 하마와 유사한 종의 포유류였다. 그렇다면 이 육상의 포유류는 어떻게 바다에 적응해 고래가 됐을까?
동쪽 해안가에 살았던 초기 고래는 바다에 도전해야 했고 이로 인해 변화를 겪어야만 했다. 자연스레 육상동물이 살기 어려운 조건이었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경쟁도 해야 했다. 결국 먹이를 얻기 위해 바다로 들어갔고, 그럴수록 주둥이는 길고 이빨은 날카로워졌다. 즉, 물고기 잡기에 유리하게 진화하며 현생의 고래로 이어졌다. 하지만 바다를 꿈꿨던 그 많던 고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가끔 죽어 해안으로 떠밀려 온 고래 시체가 눈에 띄기도 했지만, 그게 죽은 고래의 전부라 할 수 있을까? 인류가 고래의 최후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겨우 20년 전부터다. 고래는 드넓은 대양 한가운데에서 마지막 숨을 내쉰 다음 바닥 깊이 가라앉으며 수많은 생명에게 몸을 내준다. 결국 바다로 돌아간 고래는 생명이 꽃피는 정원이 된다. 고래의 신기한 탄생부터 의연한 죽음까지 따라가다 보면, 불모에 가까운 심해저에서 수십 년 동안 생태계의 꽃을 피우고 있는 의로운 고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수십 년 넘게 바다를 터전으로 삼았던 고래지만 4,000m 심해저까지 가라앉는 시간은 영원보다 길다. 그렇게 돌아간 바다에서, 고래는 다시 바다가 된다. 자유로운 바다를 꿈꿨던 고래를 꼭 만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