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2 - 小說 이순신
소설 이순신, 그 영웅의 노래가 들린다
이 세상 전체를 겨누는 칼, 한 남자의 일인 대 만인의 싸움
뒤엉킨 세상, 전쟁과 죽음, 칼을 든 자의 외로움. 문(文)은 칼보다 강한가?
김훈은 말한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은 펜을 쥔 자들의 엄살이거나 자기 기만이기가 십상이라고. 이순신의 칼은 인문주의로 치장되기를 원치 않는 칼이었고, 정치적 대안을 설정하지 않는 칼이었다. 그의 칼은 다만 조국의 남쪽 바다를 적의 피로 물들이기 위한 칼이었다. 그의 칼은 칼로서 순결하고, 이 한없는 단순성이야말로 그의 칼의 무서움이고 그의 생애의 비극이었다.
이순신은 살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토록 자연사를 바랐던 그에게 죽음은 절벽처럼 확실했다. 모든 불가능이 확실했을 뿐. 그는 정치에는 아둔하였으나 적에게는 분명한 무인이었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적과 무수한 개별적인 죽음 앞에서 그는 다만 무력할 수 있는 무인이기를 바란다고 되뇌인다. 그것은 마치 무(無)의 부정신학 같기도 하고, 무(武)의 비극적 낭만주의 같기도 하다. 혈육과 백성, 여자와 부하들을 향한 가여워 하는 마음과 임금을 정점으로 하는 사직이라는 헛것의 무내용 앞에서 이순신은 운명에 대한 전율에 식은땀을 흘리며 죽음을 향해 돌진한다. 절망을 긍정하는 죽음의 힘으로 무의미와 언어, 물살과 피의 아수라를 돌파하는 한 고독한 무인의 실존적 고투는 서럽도록 아름답다.
김훈은 영웅된 자의 비극과 필부의 내면, 풍경의 안과 밖을 집중과 분산된 문체로 벼려나간다. 감당할 수 없는 넓이로 아득한, 세상을 물들이는 소설. 그것은 바로 세상을 베는 칼이자, 영웅이 아닌 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생의 탐닉이자 헌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