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중산층 가정의 맏아들인 철수. 그는 나와 친구도, 애인도 아닌, 모호한 관계이다. 그러나 어느 겨울 철수를 면회갔던 군부대에서, 철수는 죽었고, 또한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에서 살아간다. 철수로 대표되는 사회의 도덕에 적응하지 못한 주인공은, 어두운 폐가의 남루한 생을 견딜 수밖에 없다.
안락한 가족과, 그럴 듯한 직장. 도식적 모럴로 무장되어 있는 이 세계 뒷편의 어두운 진실은 무엇인가? 일상과 도덕의 경계 바깥에서, 숨어 있던 나의 존재를 만나는 삶의 한 순간. 시간은 멈추고, 나는 남은 시간을 살아남는다. 일상 저편으로 던져진 존재가 꿈꾸는 불온한 상상의 세계. 주인공은 그러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사회의 <마녀>이다. 이 세계의 허위를 벗고 차라리 <마녀>로서 삶의 진실을 택할 수밖에 없는 존재의 슬픔이 강렬하고도 어두운 색채로 그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