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원회
원래 직업은 치과 의사죠. 병원은 역 근처에 있습니다.
박학석이 입을 벌리고 미소짓자 니코틴에 변색된 온통 뻐드렁니 투성이인 그의 이빨이 보였다. 김시무는 기가 막혔지만 시비 걸지 않았다.
아, 미안하군요. 나는 단골인 치과가 있어서, 의사는 처가 쪽 일가죠.
박학석은 벌린 입을 다물지 않고 수초 동안 그 형태로 미소를 유지하더니 김시무의 농담을 눈치 채고 소리 내서 웃었다.
유감입니다. 하지만 내가 선생에게 가족들 치아 교정을 맡기라고 찾아온 것은 아니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박학석은 덧붙였다.
사실 난 페이 닥터일 뿐입니다.
그 나이에? 김시무는 비웃듯이 놀랐다. 비서가 차를 가지고 오자 박학석은 새삼스럽게 자리를 단정히 하면서 수줍은 듯이 비서의 옆얼굴과 다리를 힐끔힐끔 보았다. 뭐 이런 데 다 있지? 김시무는 대상이 마음껏 경멸해도 되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갑자기 관대해지고 싶은 이상한 욕망이 피어 올랐다. 이 작자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싶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