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옷 - 이청준 문학전집 장편소설 11
우리 문단의 거대한 봉우리 이청준 소설의 전체적 이해를 통해 한국 현대 소설의 궤적을 추적하고, 새롭게 전개될 우리 소설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이청준 문학전집’은 전 29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민족의 가장 큰 아품인 분단상황의 대립과 갈등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정서로 풀어나간 이청준 문학의 진수로 1965년〈사상계〉로 등단한 이후 비중있는 작품들을 발표해온 작가의 전작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신작소설 <흰옷>을 통해, 숙명처럼 어쩔 수 없는 제 삶의 아픔 끌어안기와 그 아픔 함께하기, 대신 아파해주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해방 이후 이념의 대립이 극심하던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남도의 바닷가 임시분교에 세 명의 교사와 교장선생, 그리고 한 여선생이 부임해온다. 그들은 열성으로 교육을 하고 교장이 가져온 풍금을 켜며 여선생은 아이들에게 열심히 노래를 가르친다. 그러나 좌·우의 세력의 등락은 여선생으로 하여금 동요를 가르치게도 하고 혁명가를 가르치게도 한다. 그리고 좌익세력이 퇴각할 즈음엔 임시분교도 불에 타버리고 교장을 좇아 그 여선생도 풍금도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그 이후 반백년이 지나 그 흔적을 뒤쫓던 젊은 교사는 망자들의 넋을 진혼하는 위령제를 지낸다. 아이들은 흰옷을 입고 버꾸풍물놀이로 한풀이, 굿풀이를 올린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우리 민족의 공통된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의지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