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들 쓰십시다 - 이청준 문학전집 연작소설 1
우리 문단의 거대한 봉우리 이청준 소설의 전체적 이해를 통해 한국 현대 소설의 궤적을 추적하고, 새롭게 전개될 우리 소설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이청준 문학전집’은 전 29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는 이미 1970년대 발표했던 일련의 언어사회학 서설 연작 <떠도는 말들> <자서전들 쓰십시다> <지배와 해방> <가위잠꼬대>(원제 몽압발성을 전집을 위해 개작하면서 바꾼 것임)를 비롯하여 <빈방> <건방진 신문팔이> <미친 사과나무> 등 총 7편이 들어 있다.
<떠도는 말들>은 우연한 전화 오접 사건을 통해, 혹사당하고 남용된 말들이 언제부턴가 반란을 일으켜 그 주체인 인간에게 복수한다는 이야기를 알레고리해 주고 있고, <자서전들 쓰십시다>는 대필 작가 윤지욱이 인물의 실제 삶과는 거리가 먼 자서전 대필을 포기하고 자서전은 진정한 자기 성찰이나 고발에의 용기를 통해 과거로부터 자기를 해방시키는 글쓰기라고 자각하는 장면을 그려주고 있다. 이는 이청준이 생각하고 있는 작가의 진정한 글쓰기의 개념과 일면 상통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러한 말과 글쓰기에 대한 성찰은 다음 작품 <지배와 해방>에 가서 더욱 확대되어 글을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 지배를 통한 해방이라는 이청준 특유의 결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연작 네 번째 작품 <가위잠꼬대> 에서는 자서전 작가인 나와 소설가 이정훈을 비롯해 글쓰기를 본업으로 하면서도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문인들이 등장하는데, 작가는 말들의 마지막 순결을 지켜보려는 몸부림으로 조율 작업을 하면서 겪게 되는 말에 의한 가위눌림을 그리고 있다.